1989년 폴란드 원탁회의 — 탁자보다 중요했던 것은 합의문
사진의 둥근 탁자는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에 보존된 원탁회의의 탁자입니다. 1989년 2월부터 4월까지 이 탁자에 당시 공산당 정부와 야당 세력인 자유노조 ‘연대(솔리다르노시치)’가 마주 앉았습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정부가 연대를 불법 단체로 묶고 그 지도자들을 가두던 사이였지요. 둥근 탁자를 고른 것은 어느 쪽도 윗자리에 앉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가 역사에 남은 까닭은 탁자 모양이 아니라 무엇을 정했는가에 있습니다. 합의문에는 ‘앞으로 민주적으로 하자’ 같은 다짐이 아니라, 연대를 합법 단체로 인정한다, 없어졌던 상원을 되살려 전부 자유선거로 뽑는다, 하원은 일부 의석만 자유 경쟁에 부친다는 구체적인 조항이 적혔습니다. 오늘 우리가 말한 누가 · 언제 · 무엇을이 든 문장입니다.
양쪽 모두 포기한 것도 분명했습니다. 정부는 선거에서 질 수 있는 자리를 내주었고, 야당은 하원 의석 대부분을 경쟁 없이 여당 쪽에 남겨 두는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그해 6월 선거에서 연대는 자유 경쟁에 부쳐진 자리를 거의 모두 차지했고, 이것이 동유럽 공산 체제가 잇따라 바뀌는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포기했는지 서로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정이 되었던 셈입니다.
사진: 바르샤바 대통령궁 원탁의 방에 전시된 원탁 · 출처: Adrian Grycuk,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pl)